「조선내 소재 일본인 재산권 취득에 관한 건」
주한 미군의 토지관리 책임
신한공사 창립
중앙토지행정처 설치
신한주식회사 해산
일제시대 조선에는 동양척식주식회사를 비롯하여 많은 농업회사들과 일본인 개인들이 수백정보 이상의 농지를 소유하고 소작을 통해 경작하고 있었다. 이들은 일본의 패망과 함께 일본으로 귀국하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광복 직후 4개월여 동안에는 미군정청의 허가에 의해 동산은 물론 부동산까지 매각할 수 있었으므로 이 기간에 이들의 소유 토지 중 일부는 조선인에게 매각되었다. 그러나 이들이 소유했던 토지 대부분은 미군정청에 접수되었다. 이것이 귀속농지로 미군정청에 의해 경작 또는 매각되었다.
미군정청은 1945년 12월 6일자 군정법령 제33호 「조선내 소재 일본인 재산권 취득에 관한 건」을 발표하고, 구 일본인 재산을 미군정청 소유로 하였다. 그리고 미군정청 관재처는 관리령 제2호(1945.12.14)에 의해 12월 말까지 일체의 귀속재산을 신고하게 한 다음, 관재령 제3호(1946.1.14)를 공포하여 동척 외의 일본인 개인과 법인이 소유하는 일체의 귀속농지를 신한공사가 관리하게 하였고, 군정법령 제52호 「신한공사 창립(1946.2.21)」에 의해 자본금 1억원의 신한공사 창립 자본금으로 군정청이 소유하는 동양척식주식회사의 조선 내 전재산이 신한공사에 이전되었다. 이로써 신한공사는 동척이 소유하였던 광산, 공장 등의 산업체와 토지 일체, 구일본인 개인 및 법인이 소유하던 농지 등을 모두 관리하게 되었다. 당시 신한공사 소유경지는 전국 논, 밭 경지의 12.3%에 달하였으며, 소속된 농가는 58만7,974호로 전체 농가 217만2,435호의 27.1%였다.
귀속농지에 대해 1946년 2월 주한미군 경제고문단 단장 번스는 매각계획을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3월 7일 러취 군정장관은 귀속농지, 도시주택 및 소규모 사업체의 불하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좌우익 모두 이에 반대하여 결국 무산되었다. 미군정당국은 1947년에 다시 남조선과도입법의원을 통해 농지개혁을 시도하였으나 이 역시 성사되지 못하였다.
그러자 미군정 당국은 1948년 3월 22일 군정법령 제173호 '중앙토지행정처 설치'와 제174호 '신한주식회사 해산' 을 공포하고 신한공사 재산을 중앙토지행정처와 관재처에 이관시켜 중앙토지행정처가 귀속농지 매각을 담당하도록 하였다. 귀속농지 매각을 규정한 법령 제173호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매각 대상농지 : 1945년 12월 6일부 법령 제33호에 의하여 소유권 또는 관리권이 군정청에 귀속된 모든 농지의 권리는 등기기록의 분류에 의하여 행정처에 이관한다.
② 매각 상한면적 : 1948년 3월 1일 현재 또는 행정처로부터 토지를 매수하는 때에 소유 전답이나 소작 전답의 합계가 2정보를 초과하게 되는 농민에게는 토지를 더 방매하지 않는다고 하여 매각 상한면적을 2정보로 제한하였다.
③ 구매 우선순위 : 방매 대상 토지의 현 소작인에게 최우선 구매권을 주고, 그 외에 부근에 거주하면서 농사 경험이 있는 농업노동자와 월남 이재민 및 해외로부터의 귀환 농민에게 차위의 우선권을 주도록 하였다.
④ 매각 대가 : 매각 대상 토지에서의 주산물의 1년간 생산량의 3배에 해당하는 양을 현물로 지불하되, 연 생산량은 그 토지의 생산력 표준과 과거의 생산실적에 의하여 결정한다고 하였다.
⑤ 대금 지불방법 : 주산물의 1년간 생산량의 20/100씩을 15년간 현물로 지불하되 조기상환과 부득이한 경우 연부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
⑥ 처분행위의 금지 : 대가 전액을 완불하거나 매득 후 10년이 지나지 않으면 첫째, 자유매매·기증 또는 기타 처분행위를 할 수 없으며, 소작 또는 임대차 및 이와 비슷한 행위와 저당권·지상권·선취득권을 설정할 수 없다. 둘째, 불가피하게 교환·경지정리·합병·지목변경 등을 하거나 질병,입학,공무취임 등으로 소유 전답의 관리를 위탁하고자 할 경우 행정처의 승인을 받도록 하였다.
⑦ 소유권 이전의 제한 : 전답 매득인이 사망하면 상속인이 스스로 경작한다는 조건으로 그 토지를 인계할 수 있으나 승계자가 자경할 수 없거나 승계를 원치 않을 경우 그 토지는 행정처에서 회수하며, 회수된 토지는 행정처가 다시 매각한다. 승계자가 권리를 취득하여 경지면적이 2정보를 초과하지 않아야 하며, 자경해야 한다.
귀속농지 매각령이 발표된 지 한달 반만에 농지매각이 실시되었다. 1948년 4월 8일자로 토지분양 개시식을 거행하고 양주군과 고양군의 100여 농가에 호당 450여평씩 15정보를 매각한 것을 필두로 전국에 걸쳐 5천호의 경작농가에 양도증서를 교부하고 등기절차를 마쳤다. 매각은 등기 업무가 뒤따르지 못할 만큼 급속도로 진척되어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 중앙토지행정처가 한국 정부에 이관된 1948년 9월 15일까지 38만3,659호에 논 15만4,050정보, 그리고 12만1,431호에 밭 4만4,979정보, 합계 50만5,072호에 19만9,029정보의 논밭이 매각되었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 귀속농지 매각 사업은 한국정부에 이관되었다.
김성호· 박석두,〈농정50년의 개관〉(한국농촌경제연구원《한국농정50년사》제Ⅰ권, 농림부,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