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법시행령」
대학입학은 한국 사회와 교육의 병목지점과 같은 것이다. 어떤 대학에 입학하는가는 장차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삶을 영위하는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 대학입학제도는 고등학교 교육은 물론 중학교 교육과도 관련이 된다. 한편으로는 대입제도를 더 합리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스무 차례 가까이 크고 작은 변화를 겪고 있다.
1. 대학별 단독 시험기(1945∼1961)
이 시기에는 입시관리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이 대학의 자율에 맡겨졌다. 대학별 고사는 필답고사, 신체검사, 면접이 병행되었다. 1954학년도에는 대학별 입학시험 전에 ‘대학입학연합고사’를 실시키로 하였으나, 당해 연도에도 효력을 발생하지 못하고 무효화되었고, 1955학년도부터 대학별 단독시험제를 부활하되, 고교교육 정상화와 대학입학 적격자의 선발을 위해 내신제의 실시가 권장됨으로써 내신성적을 반영한 무시험전형 혹은 대학별 단독시험이 병행되었다. 그러나 당시 고교 내신성적을 반영하는 대학은 매우 소수였다.
2. 대학입학자격 국가고시제 시기(1962∼1963)
입시 관련 부정과 비리로 인해 대학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팽배하면서 5·16군사정부는 교육 쇄신 방안의 일환으로 1962∼1963년 대학입학자격 국가고시제를 도입하였다. 각 대학에서는 대학입학자격 국가고시의 성적과 대학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실기검사, 신체검사, 면접 등의 결과를 합산한 성적으로 신입생을 선발했다.
3. 대학별 단독 시험기(1964∼1968)
군사정부의 국가고시제 방법이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교육의 기회균등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대학이 시험 실시과목과 유형을 고교 교육과정과 계열별 특성을 고려하여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대학별 단독시험제로 변화하였다. 그러나 대학 간 입시기준 격차 심화, 특정과목 편중의 입시위주교육이라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4. 대학입학 예비고사와 대학별 본고사기(1969∼1980)
대학교육의 질적 저하를 방지하면서 동시에 대학의 선발권을 보장하기 위해 자격시험의 성격을 지닌 예비고사제가 시행되었다. 예비고사는 그 성격이 초기에는 자격고사의 형식을 취하다가 후기에는 선발고사의 형식을 취하였다. 즉, 후기에는 예비고사 성적을 활용하거나, 그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도 나타났다. 본 고사는 특정교과에 집중된 고학력 경쟁고사의 성격을 띠었다. 이로 인해 입시 위주 교육과 과열 과외의 성행 등과 같은 문제점이 나타나게 되었다.
5. 대학입학 학력고사와 고교내신(논술) 병행기(1981∼1987)
1980년 7월 30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교육정상화 및 과열과외 해소방안’이라는 교육개혁이 단행됨에 따라 1981년부터는 대학본고사가 폐지되고 대학입학 예비고사 성적과 고교 내신성적에 의한 입학전형이 실시되었다. 1982년부터는 대학입학 예비고사가 대학입학 학력고사로 바뀌었으며, 1986∼1987년의 경우 고차원적 사고능력을 평가하는 탈교과적 성격의 논술고사가 전형자료에 포함되었다. 수험생의 대학지원방식과 입학전형방법으로 1981∼1987학년도까지 선시험 후지원, 복수지원을 허용하였다. 그 결과 극심한 눈치작전, 전국의 대학 간·학과 간 상대적인 서열화가 극심하게 나타났다.
6. 학력고사, 내신, 면접 병행기(1988∼1993)
선시험 후지원으로 인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1988학년도부터는 ‘선지원 후시험’방식이 채택되었으며, 학생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력고사의 과목이 필수 5과목, 선택 4과목으로 축소되고, 기능 미흡과 채점의 객관성 및 신뢰성 문제의 대두로 논술고사가 폐지되었다. 대신 대학별로 면접고사(총점의 10% 이내)를 실시하게 되었다.
7. 대학수학능력시험, 내신, 논술고사 병행기(1994~2001)
199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시험)을 도입하였다. 기존 학력고사와 달리 교과목을 통합한 고급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는 시험으로 한편으로는 호평을 받았으나, 학교에서 준비하기 어려운 시험이라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1994년에는 수능시험을 두 차례 치렀으나, 1995년에는 한 차례 치르는 것으로 바꾸었고, 1997년부터는 수능시험 문항 수와 총점을 늘려서 반영률을 높였다. 이 시기에는 고교 내신을 전형 요소로 활용하였고 대학별 논술고사를 시행하는 대학도 있었다.
8. 2002학년도 대학입학제도(2002~2007)
한 차례의 시험을 대학입학을 결정하는 제도의 문제를 시정하고,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대입제도를 개선하고자 했다. 2002학년도부터는 수능등급제를 실시하여 수능 총점 대신 영역별 점수와 등급을 표시하였다. 대신 고등학교 생활기록의 반영 비율은 높이고자 하였고, 논술고사 외의 필답고사를 금지하였다.
9. 2008학년도 대학입학제도 (2008~2022)
수능 시험 반영 비중을 줄이는 대신 학생부 반영 비율을 높이는 방향의 정책이 계속되었다. 수능 점수를 영역별로 9등급으로 표기하고, 학생부 실질 반영 비율을 50% 이상으로 권고하였다. 고교 내신 역시 9등급으로 표기하였다. 2009학년도부터는 입학사정관 제도가 확대되었다. 상당수 대학이 고등학교 성적과 기록을 입학사정관이 평가하여 수시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였다. 수시 전형 선발 비중이 80%에 이를만큼 많았고, 수능시험을 통한 정시 입학 비율은 크게 낮아졌다.
1990년대 말부터 ‘시험에서 전형으로!’라는 대학입학정책의 기조는 계속되고 있다. 한 차례의 시험 성적이 아니라 다양한 전형 요소를 활용하여 학생 선발의 타당성을 높이고자 하고 있다. 2000년대 중후반 각종 경시대회 성적과 논문 자료 등 여러 가지 전형 요소를 대학입학에 반영하기도 했으나, 가정의 문화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의 영향이 직접 반영되어 공정한 입시제도가 아니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수능시험과 결합한 정시 전형에 비하여 고교 내신과 결합한 수시 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이 지나치게 많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대학입학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심화하자 2018년 공론화를 통하여 정시 전형으로 선발하는 학생 비율을 높이고, 고등학교 활동 중 입시에 반영하는 요소를 학교 내의 경험으로 줄여서 가정의 영향력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공정성을 제고하고자 한다.
교육50년사편찬위원회, 『(대한민국 50년)교육 50년사 : 1948-1998』, 교육부, 1998
교육부, 『2008 대입제도 바로알기』, 2006
교육부,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안』,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