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tit">오바마, 4억 쪽 기밀 문서 푼다 [중앙일보 2009-12-22 12면]</p>냉전시대 자료 이달 중 공개 한반도 정세 관련 정보 포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말까지 비밀 해제가 예정된 4억 쪽 이상의 냉전시대(1945~91년) 기밀 문건을 대대적으로 공개할 전망이다. 취임 이후 천명한 ‘열린 정부’를 본격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다. 이들 문건은 2000년 기밀 해제가 예정돼 있었으나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기밀 분류 작업이 끝나지 않았다며 3년 연장한 데 이어 2003년 W 부시 대통령이 6년 더 연장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가 별도로 조치하지 않으면 이달 31일 자동적으로 공개된다.
오바마는 연말까지 냉전시대 기밀 문건의 비밀 해제를 담당할 국립기밀해제센터(NDC)를 설립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AP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이 명령은 또 국방부·국무부 등 정부 부처가 불필요한 기밀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등 비밀 분류 작업지침을 담을 예정이다. 미 정부 부처들은 2000개 이상의 서로 다른 비밀 분류 및 기밀 해제 지침을 갖고 있다. 이들 지침의 70%가량은 지난 5년간 개선되지 않아 미 정부가 지나치게 비밀을 양산한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오바마의 ‘열린 정부’=오바마는 올 1월 20일 취임하며 ‘열린 정부’를 약속했다. 그는 정부 기관들에 정보공개법에 따라 민간의 정보 공개 요구에 적극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또 전임 대통령들이 백악관 재임 시절 민감한 기록에 대해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게 한 부시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무효화했다. 오바마는 불필요한 기밀은 신속하게 해제해 일반인의 정보 접근을 확대할 계획이다.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기밀 해제 여부를 결정하면 시간이 지체되는 만큼 국립기밀해제센터를 통해 여러 부처가 같은 자료를 보고 동시에 결정을 내리게 한다는 방침이다.
정보 공개 옹호론자들은 정부가 기밀 문건을 건건이 해제하는 대신 대통령이 한꺼번에 해제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과 그 이전의 기밀 수백만 건을 해제한 방식을 쓰라는 것이다. 민간 정보 공개 단체인 국가안보문서보관소(NSA)의 톰 블랜턴 소장은 “정부 부처들이 (클린턴과 부시 행정부) 9년 동안 예민한 문서들을 찾아내지 못했다면 더 이상 기밀의 가치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냉전시대 정보의 보고(寶庫)=비밀이 해제될 예정인 기밀 문건에는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관계를 알 수 있는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85년 미 해군에 침투한 소련 스파이 조직 활동, 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등이 포함된다고 AP는 전했다. 냉전시대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기밀 문서도 적지 않게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는 그동안 국익을 해칠 수 있다며 냉전시대 기밀 문건 공개에 소극적이었다. 여기에 부처 자체의 비밀주의까지 활개치며 기밀 해제 문건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 NSA는 59년 서베를린 장악을 둘러싼 미·소의 갈등과 관련한 기밀 해제 문건을 얻기 위해 19년이나 소송해야 했다. 미 정부는 지난해 기밀 보호에 82억 달러(약 10조원)를 쓴 반면 기밀 문건 해제에는 4300만 달러를 지출했다. 기밀 해제에 들인 돈은 클린턴 행정부 때만 해도 한 해 평균 2억2400만 달러였으나 부시 행정부 들어 한 해 평균 4700만 달러로 줄었다.
정재홍 기자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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