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중반부터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정부출연연구소를 설립하여 1980년 당시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소는 1개 부설기관을 포함하여 총 19개 기관이 이르게 되었고,연구소 운영을 둘러싸고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게 되었다. 이에 따라1980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정부출연연구소의통폐합을 지시하였다.이지시를 받아 과학기술처는 “연구개발체제 정비와 운영개선 방안”을 작성했으며, 이 방안에 따라 19개 기관 중 국방과학연구소, 한국과학기술정보센터,한국과학재단 등 3개 기관을 제외한 과학기술관련 정부출연연구소 16개 기관을 9개 연구소로 통합하고 이 연구소들을 모두 과학기술에 관한 종합계획 수립과 총괄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과학기술처가 관장토록 했다. 1980년 겨울부터 시작되어 다음해 봄까지 통합작업이 진행되었고, 과학기술처는 과학기술심의실에 분야별 조정관제도를 새로 두어 연구소들의 연구개발업무를 조정하게 되었다.

1. 기존 연구체제 운영상의 문제점
① 전체 연구인력·시설 및 투자에 비하여 단위 연구기관수의 과다(적정 규모 미달)로 자원의 투자효율이 저하되며 ② 단위기관 관리직의 상대적인 비대로 인한 능률저하 및 관리경비의 과다와 연구직의 관리직화 폐단이 있으며 ③ 기능 및 분야의 유사성으로 불필요한 중복 연구과 연구 수탁 또는 예산 획득의 경쟁 과다 현상 초래되었고 ④ 주관부처의 다원화와 연구기관간의 협조 부족으로 인한 연구인력 및 기술정보의 교류부진과 시설의 공동 활용 곤란으로 말미암은 국가 전체 연구 효율 저하 및 연구 결과 활용이 부진하며 ⑤ 국가적 차원에서 본 전체 연구개발사업에 대한 종합조정관리(과제선정, 투자배분과 연구결과의 평가 및 활용 등) 미비로 인한 연구투자 효율화가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2. 통합의 원칙
① 모든 이공계 출연연구소를 과학기술에 대한 종합계획수립 및 행정총괄기능을 담당한 과학기술처가 관장하며 ② 단위연구소는 기관장의 운영능력 및 관리의 폭을 감안하여 능률적인 관리운영을 할 수 있는 적정규모로 통합하되 연구기관이 담당할 기능의 유사성을 감안하고 과학기술분야 또는 산업분야가 유사한 분야를 통합하고 단위기관의 규모가 커감에 따라 분리 독립시키며 ③ 연구기능을 통합하되 시험, 검사, 검정업무는 국립공업시험원 등 관련시험검사기관에 이관한다는 것이었다.

3. 연구소 통합 내용
한국과학기술연구소(부설 해양개발연구소 포함)와 한국과학원이 통합되어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되었고, 한국원자력연구소와 한국핵연료개발공단이 통합되어 한국에너지연구소가 되었으며, 한국종합에너지연구소와 한국자원개발연구소가 통합되어 한국동력자원연구소가 되었다. 한국기계금속시험연구소와 한국선박연구소가 통합되어 한국기계연구소가 되었고, 한국전기기기시험연구소와 한국통신기술연구소가 통합되어 한국전기통신연구소가 되었으며, 고려인삼연구소와 한국연초연구소가 통합되어 한국인삼연초연구소가 되었다. 여기에 기존 한국표준연구소, 한국전자기술연구소, 한국화학연구소가 더해져 모두 9개 연구소로 조정되었다.

4. 통합 이후의 변화
당시 상황에서 연구소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컸지만 개편작업이 연구소의 임무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 없이 운영상의 문제점을 줄이는 데만 치중하여 단기간에 기관의 인위적인 통폐합에 주력함에 따라 부정적인 문제점도 야기했다. 한국과학기술원에서 1989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다시 분리된 것처럼 연구소의 물리적 통합이 화학적 통합으로 이어지지 못한 경우도 있었으며, 1980년대를 지나면서 상공부, 농산부, 건설부 등이 과학기술계 출연연구소를 새로 설립함에 따라 과학기술처가 출연연구소를 총괄한다는 통합의 원칙이 퇴색되고 말았다.

과학기술처,《과학기술 30년사》, 1997
과학기술처·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 《과학기술처 출연연구기관 백서》, 1998
과학기술처,《연구개발체제 정비와 운영개선 방안》, 1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