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투자협정」을 통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이 협정이 우리의 투자제도에 대한 대외신용도를 제고함으로써 외국인투자 유치에 기여하는 것이다. 양자간 투자협정은 국내상황이 불안정한 국가일수록 이러한 효과를 크게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양자간 투자협정은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한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즉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결정에서 양자간 투자협정 그 자체는 결정적인 요인은 되지 못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할 나위없이 외국인투자자에게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만드는 건전한 거시경제환경과 기업활동 여건이다. 과거 외국인투자 자유화가 미진했던 시기에 우리는 여러 가지 문제로 다분히 수세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외국인투자 자유화 정책이 확실한 정책기조로 자리잡고 외국인투자 환경 개선노력도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한·미 투자협정은 우리의 입장 변화를 세계에 알리는 의의를 지닌다고 하겠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미국은 무역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투자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파트너였다. 1962년부터 1997년까지 미국의 한국 투자액은 약 83억 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외국인투자 금액의 33.6%를 차지하였다. 이는 유럽전체 국가들의 한국 투자금액인 70억 달러를 초과하는 수준이며, 2위의 투자국인 일본의 58억 달러를 크게 초과하는 하는 수준이다. 특히 1997년 미국의 한국 투자금액은 32억 달러에 이르러 우리나라 전체 외국인투자 금액의 45.8%를 차지하였다. 경제위기 후 광범위한 자유화 조치에 따라 시장개방에 대한 우려가 감소되고 적극적인 외국인투자 유치가 핵심 경제정책으로 부상함에 따라, 1998년 6월 9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정상은 「한·미 투자협정」 체결을 추진하기로 합의하였다.

「한미 투자협정」은 1998년~1999년 동안 총 5차례의 공식협상 및 비공식 실무협의를 통하여 대부분의 문제에 합의했으나 2000년 이후 스크린쿼터 축소, 기간통신사업 추가 개방, 저작권 소급 보호 등 일부 쟁점사항에 대한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협상이 중단되었다. 2003년 정부는 다시 한번 한미 투자협정의 체결을 시도하였으나 영화업계의 반발로 협상에 실패하였다. 이후에도 미국측은 한미 투자협정이 체결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서는 양국이 스크린 쿼터 등 쟁점사항에 대하여 합의를 이루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한·미 투자협정」은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여 투자와 관련된 양국간 경제협력을 증진시키고 경제적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해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투자는 국민 또는 기업이 소유하거나 직·간접적으로 통제하는 모든 형태의 투자라고 폭넓게 정의되며, 외국인 직접투자의 정의로 받아들여지는 자산소유 뿐만 아니라 포트폴리오투자, 계약권, 부동산, 지적재산권 등도 포함된다.

한·미 투자협정은 상대국의 투자에 대해 양국은 내국민대우와 최혜국대우를 부여하고 공공목적을 위해 정부가 투자자의 자산을 직·간접적으로 국유화 또는 수용할 시에 공정한 시장가치에 따른 보상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투자자의 투자와 관련하여 이행의무 부과를 금지(예: 스크린쿼터)하며, 자국의 법령에 따라 타방 당사국 국민이 투자의 설립, 개발, 관리 운영에 관한 조언 등을 목적으로 자국에 입국하거나 체류하는 것을 허용하였다. 이외에도 투자자와 체약당사국간 분쟁해결을 위한 방법 및 절차와 우리 정부의 심각한 국제수지 위기 및 거시경제운용에 대한 어려움에 대비한 세이프가드 규정 신설 등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한미 FTA 추진과정을 통해 본 외교통상정책과 국내협상: 국내협상의 갈등
양상과 한계요인 분석》, 2006

김관호, 〈미국의 양자가 투자협정: 한․미 투자협정의 의의 및 전망〉 KIEP, 1998

전국경제인연합회, 《한미 투자협정(BIT) 관련 참고자료》,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