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러시아 양국관계의 발전은 상대국의 역할에 대한 상당한 기대와 함께 양국관계는 실제적 결실보다는 과도한 낙관론에 기반한 희망사항의 피력으로 치장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양국관계의 과열적 성격이 있었다. 하지만 한·소수교 이후 한국이 견지한 대·러관계의 기본 노선은 러시아의 이해관계와 적절히 조율되지 못했다. 한국 정부는 한·소수교 이후 대·러관계에서 러시아를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렛대로만 간주하는 안이한 태도로 인해 한러 양국의 독자적 상호 이해관계에 기초한 포괄적 협력관계를 구축하지 못했다. 러시아는 한·러관계에서 자국의 경제난 극복을 위해 한국과의 통상 및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데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었다.
특히 아태지역, 보다 좁게는 동북아 지역에서의 위상 회복 및 강화를 위해 한국으로부터 대러 경제지원, 시베리아와 극동지방 개발을 위한 대규모 투자 등을 기대했지만 한국의 대·러정책에서 주된 위치를 점했던 것은 대북한정책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 정치 및 안보적 이익이었고 경제적 이익은 항상 부차적인 요소로 치부되었다. 그 결과 한국과 러시아의 경제협력관계는 당초 기대 수준에 훨씬 못 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계발전을 위한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도 못하였다. 물론 여기에는 러시아의 경제위기가 지속되고 투자환경의 미비로 인해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확대·강화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는 ‘객관적인’ 요인, 또 서로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충분한 이해를 구축할 여유를 가지지 못한 채 수교가 이루어짐으로써 상대방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할 정도로 컸었고, 또 서로가 양국의 능력과 의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 없이 지나친 기대감 속에서 무리한 계획을 남발하여 결국 상호 좌절감과 실망감을 부추겼다는 주관적 및 심리적 요인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