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의 역사는 그 나라 자본주의 발전에 상응하는 것이다. 따라서 초기 산업자본주의와 독점자본주의 그리고 국가독점자본주의의 각 단계에 있어 노동운동은 각각 그 성격과 특징을 달리한다.우리나라의 자본주의는 정상적인 과정을 밟아 발전하지 못하고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라는 특수한 조건하에서 서서히 발전하고, 해방후 국토의 분할과 6 ·25 동란 그리고5·16 군사정변 등의 복잡한 조건 속에서 성장 했었기 때문에 노동운동도 정상적으로 발전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복잡한 조건 속에서도 한국의 노동운동은 점차 성장, 발전하였으며 그것은 역사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는 1898년부터 1903년까지 목포 부두 노동자들이 벌인 여러 차례의 동맹 파업과 1901년의 경인 철도 회사 노동자 파업에까지 소급되며, 1906년에는 노동조합이 탄생하여 활동하기 시작하였다. 또 일제 식민지 시대에는 노동 운동이 민족 해방 투쟁의 큰 줄기가 되었고, 해방 이후로도 노동 운동의 맥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른바 근대적 산업 노동자층에 의한 노동운동은 정부가 경제 개발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여 고도의 자본주의적 산업화를 이룩한 1960년대 이후부터 활성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60년대 노동운동은 대체로 군사정변이발생한 1961년 5월 16일부터 1963년 4월 27일 노동관계법이 개정·공포되기 전까지와 그 후로 나눌 수 있다. 군사정권은 정변 직후 모든 노조활동과 노동쟁의를 금지시켰고, 교원노조 간부들을 대거 검거·구속했다. 노동조합은 해체상태에 놓였다. 그러나 1963년 4월 개정된 노동관계법이 공포되고 합법적인 노동운동이 가능해 지자 노동자들의 분노와 불만이 분출되기 시작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쟁의의 결과는 열기에 비해 부진했다.
1970년대의 노동운동은 전태일의 분신으로 시작하여 YH무역 신민당사 농성으로 마무리 되며, 이 시기 노동운동에는 지식인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그 대표적인 예가 크리스챤아카데미 사건이다. 1970년 11월 13일에 발생한 전태일 분신사건은 노동, 정치, 사회, 종교, 언론 등 사회 전 부분에 걸쳐 커다란 충격과 파장을 일으키면서 많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 깊이 각인되었으며, 70년대 노동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다. 그리고 YH 노동자투쟁으로 국민들은 정권의 폭력에 분개했고 정치상황은 10·26까지 그 긴장이 확대되어 유신정권은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 한편 1976년에 시작된 동일방직 사건은 도시산업선교회를 중심으로 의식화되기 시작한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어용노조 추방운동의 하나이다.
1980년대 노동운동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뉘어 전개되었다. 첫 번째 시기는 1980년 초부터 5월 중순까지로 이 시기의 노동운동은 억압체제의 이완을 배경으로 기업별로 분산된 채 주로 임금인상 등의 경제적 요구를 내걸었지만, 그 투쟁 양상은 전례없이 격렬하고 폭발적이었다. 이 시기에 발생한 사건으로는 사북사태를 들 수 있다. 두 번째 시기는 1980년 중순 이후 1983년 말까지로 노동운동이 극도로 침체하여 질식 상태에 빠진 때이다. 세 번째 시기는 1984년부터 1987년 6월말까지로 재야노동운동이 형성되어 새로운 지형 구축을 시도한 기간이다. 1987년에 노동자대투쟁으로 분출한 노동자들의 새로운 노동운동에 대한 염원은 민주노총의 건설로 그 결실을 맺게 된다.
한국 노동운동은 한국자본주의가 갖는 특수성 속에서 그 자신을 형성·발전 시켜왔으며 우리 사회를 변화·발전시키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김윤환·김낙중,《한국노동운동사》일조각, 1970